본문 바로가기

삶을 채우는 글과 말

[책 리뷰] 정신역사학

 

오늘은 제가 새롭게 접한 '정신역사학'이라는 학문 영역에 대해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시사, 100년 전 동아시아 의사들을 만나다'

 라는 책에 실린 서울대 정신과 정도언 교수의 글인데요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더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주로 배웠던 역사는 '거시사'입니다.

 

조선의 27대 임금을 노래부르며 외웠던 기억

다들 있으시죠? :) '태종태세문단세'

 

근래에는 이런 정치사 위주의 거시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루는 '미시사'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도언 교수는 미시사 연구 방법론 중 하나로

 '역사학'에 '정신분석학'을 활용할 것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을 활용하면 역사적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외국의 정신역사학 흐름을 소개합니다.

 

'아~ 이게 완전 생뚱맞은 새로운 영역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는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의 원조뻘 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문화, 예술, 역사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심리학을 지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능의 욕구와 문명의 제약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관계를 다루고 있는

'문명 속 불만족'이라는 논문도 썼다고 해요.

 

발달의 8단계설을 정립한 에릭 에릭슨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의 저서 '청년루터'에서

루터가 성장기에 겪었던 갈등과 정체성의 위기를

종교개혁과 관련시켜 설명하고 있어요.

 

저명한 역사학자 토인비

영국정신분석학회 기념강좌에 초정받아

 

'과학적 진실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감성적 진실'의 정당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장차 '궁극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역사학자 윌리엄 랭어

어느날 갑자기 강단 공포증이 생기면서

상당 기간 정신분석을 받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연설에서 인간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한

역사학자의 도구로서 심층심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답니다. 

 

역사학자 피터게이는 아예 정신분석학을 정식으로 배우고 

'역사학자들을 위한 프로이트'라는 책을 출간해요.

그는 정신분석을 통해 사료들을 새롭게 읽는 방법을 배웠고

정신분석이 문화의 배경인 무의식적인 환상,

우리를 움직이며 객관성을 왜곡시키는 성적, 공격적 힘들의

흐름에 대해 민감하게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영-브루얼은 정신분석 수련을 하고

'편견의 해부학'이라는 책에서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 등 편견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정신분석학의 시각이 중요하는 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피터 로웬버그정신역사학에서 다룰 필수적 사항으로

. 첫째, 무의식적 행동 묘사와 설명

둘째, 발달학적 접근을 통한 사건의 근원, 선행사건, 반복양상

셋째, 연구대상자들의 내적세계에 포함된

공격성, 성적요소, 환상, 정서 상태 등에 대한 충분한 주의

이 세 가지를 들고 있어요.

 

이런 외국의 연구동향을 보고 있자니

역사학자가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

인물들의 내면을 이해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또 정도언 교수는 피터 로웬버그의 논점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어

역사학자와 정신분석학자의 연구과정상의 유사점을 보여주는데요.

 

 역사학자가 자신을 연구 도구로 삼아

자료를 받아들이고 연구대상과의 내적관계(재창조와 동일화)를 통해

자신을 역사적 상황에 전치시키고 공감하며 해석해내는 과정이

 

정신분석학자가 자신을 연구 도구로 삼아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담자와의 무의식적인 교류 과정을 통해

전이 또는 역전이 발생하고 그 또는 그녀와 공감하면서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신분석의 과정을 세밀하게 모르는 저로써는

막연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역사학도 새로운 학문과의 융합을 시도하면서

발전해가고 있는게 아닐까요? 

 

이런 연구의 흐름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영화 사도의 경우

영조와 사도제자의 심리적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잖아요 :) 

 

아마도 이 책에서 다루는

근대의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문화 콘텐츠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